2009 호피 마을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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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마을의 87번 선상에서

 

** 땅엔 평화

호피 마을을 사랑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하늘의 영광을 버리시고 낮은 곳으로 오셨음을 축하합니다. “낮은 곳으로 오신 아기 예수”, 이것이야 말로 기독교가 존재하고, 기독교가 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께서 하늘의 영광을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은 그저 입초시로 끝날 화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기 예수께서 낮은 곳으로 오셨음을 기뻐하면서도 우리 내면의 욕망은 끊임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관성에 휩쓸릴 때가 많은 까닭입니다. 이 절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그 뜻을 깊이 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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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밸리교회의 방문

호피 마을도 어김없이 성탄 예배를 드렸습니다. LA 밸리교회에서 달려 와 주신 장동일 담임목사님과 최상영권사님 내외를 비롯해서 젊은 청년들이 함께 많은 선물을 들고 찾아 주셨습니다. 때마침 오하이오에서 내년 2월 선교를 위해 답사를 오신 윤원선집사님도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밸리 교회와 함께 드린 토요일 성탄 예배 때에는 80명이 넘는 호피 사람들이 자리해 주셨습니다.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나누고 그리고 밥과 선물을 나누는 이 날, 참석한 모든 분들이 행복한 마음을 가득 안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작년보다도 훨씬 넉넉하게 선물을 준비해 주셔서, 많이 온 사람들에게 모자람 없이 나눌 수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이웃해 있는 슝고포비 교회에도 선물을 보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장 바쁜 시간에 선교지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신 밸리교회 장동일목사님과 최상영권사님 그리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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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이 되는 성탄 예배

호피 마을의 성탄절은 한국의 70-80년대 성탄절을 보는 듯 정겹기만 합니다. 사실 어린 시절 성탄절에 선물 받으러 교회를 간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 그리고 경우에 따라 다른 추억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 옛날의 철없던 추억은 오늘 굳건히 서가는 신앙의 반석이 되기도 할 것이며, 때로는 그저 잠시 경험했다 하는 얘깃거리로만 삼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옛날 풍경 속에서 교회를 찾아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추억은 훗날 그 어린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며 그것이 이어져 신앙인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증언을 훨씬 자주 듣게 됩니다. 호피 마을의 풍경도 이와 같으리라 믿습니다. 처음 본 아이들의 모습도 많았고, 그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의 모습도 낯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날의 풍경이 훗날 새로운 풍경을 짓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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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피 마을의 성탄절

토요일을 뒤로하고 20일 주일에도 성탄 예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 날에는 지난 두 달 동안 교우들과 함께 준비했던 연극을 공연했습니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연습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 잘잘한 오해로 중도에 포기했던 사람들 등등 두 달 동안 모두가 마음고생을 톡톡히 하며 준비해 왔습니다. 디키와 디키의 아들 숀은 무대 장치도 제법 근사하게 만들어 냈습니다. 이날 주일에는 1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함께 자리를 빛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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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리한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드렸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80이 넘은 어르신들 까지 모두들 한가지로 선물을 받고 좋아했습니다. 올 해는 교우들에게 다양한 분야 시상을 했습니다. “주일 예배 출석상, 수요 성경공부 출석상, 성경 쓰기상” 등등이 그것입니다. 사실 우리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 들쑥날쑥 하는 것입니다. 주일 성수를 소홀히 여기고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습관적으로 늦거나 빠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주일 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온 사람, 한 번 빠진 사람, 그리고 두 번 빠진 사람까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사정은 다 비슷비슷하지만 그런 가운데 의지를 가지고 교회에 나온 분들에게는 선물로라도 격려를 해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수요 성경 공부도 빠짐없이 다 나온 분들에게도 선물을 준비했으며, 또한 성경 쓰기를 가장 많이 쓴 사람 두 사람을 선정해서 선물을 드렸습니다. 성경 쓰기를 시작한 것이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셜린Charlene과 크리스틴Christine은 각각 고린도후서와 로마서까지 써내려갔던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65세 이상 되는 어르신들에게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보조 식품을 구입해 드렸습니다.

 

이 선물들은 목사로서 참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방인 목사이고, 호피 마을에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을 믿고 따라 주고 응원해 준 것에 대한 감사를 꼭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성탄 선물을 준비하기가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워싱턴 성산교회에서 보내주신 담요와 헌금, 토렌스 횃불교회 김병호 목사님과 오하이오 영스타운교회 손인화 목사님이 보내주신 헌금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LA 남서울 은혜교회와 동부사랑의 교회 그리고 피닉스의 오수경 누리위크 편집장님이 보내주신 헌금으로 겨울 철 땔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땔나무를 드릴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 땔나무 나누기

땔나무를 나누는 일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값진 일이었습니다. 지난 11월 어느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제게 살며시 와서 “목사님, 집에 아내가 다리를 다쳐서 누워 있는데, 땔감이 없어서 걱정인데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던 D의 경우가 특히 그랬습니다. 그는 이 번 겨울 처음으로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던 사람입니다. 도움을 요청한다고 무조건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부탁하는 D의 말이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다른 분들에게는 알리지 말라 하고 그와 함께 트럭을 몰아 나무를 사서 집을 찾았는데, 그의 집은 지금까지 가 보았던 호피 사람들의 집 중에서 가장 낡고 궁박해 보이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온 그의 아내(나중에 그의 아내는 성탄절에 교회를 나왔습니다.)의 표정은 걷는 모습보다도 더더욱 절박해보였습니다.

 

사실 그는 낡은 트레일러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너덜거리는 문을 열자 바로 화장실이었고 그 추웠던 날 집안엔 악취와 한기만 가득했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밖에서 나무를 같이 쪼개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불을 피웠습니다. D는 차디 찬 아내의 손을 잡고 난로에 불을 붙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뛸 듯이 기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내 준 차 한잔을 마시면서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었기에 감사했습니다.

 

D의 부탁을 귀담아 들은 것이 참 다행스런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땔감을 위해 헌금해주신 분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땔감을 받은 D는 이후로 한 번도 교회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연극 연습에도 합류해서 장면과 장면 사이에 커튼을 열고 닫는 일을 맡아주었습니다. 문득, “호피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듣기 보다는 그가 어떤 표정으로 말하는지 듣는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곧 호피 사람들은 사람들과 나누는 내용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한다는 말입니다.

 

 

** 마음, 침묵, 영혼의 책 : 성서

기실 성서의 예수님의 행동 하나 하나가 그분이 말씀하신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그분의 표정을 상상하게 합니다. 우리가 문자로 ‘읽을 수 있는’ 예수님의 눈물은 고작 겟세마네 뿐이지만, 갈릴리를 거닐면서 그 분의 눈망울엔 얼마나 많은 눈물이 고여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성서는 마음의 눈을 열 때에 비로소 보이는 눈물의 책이 아닐런지요. 이런 점에서 성서는 문자 언어로 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 행간을 읽을 때에라야 깨달을 수 있는 정서의 언어, 침묵의 언어로 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서와 침묵 그리고 영혼의 언어를 배제한 성서는 단단하게 굳어버린 채, 세상을 구원하고 살리는 책이 아닌 단지 세상을 지배하려 했던 엄혹한 중세기The Dark Ages와도 같은 책이기만 할 것입니다.

 

 

** 2009 호피 성탄 메시지

성탄 예배로 풍족하게 나눈 지금,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대부분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들이기에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내일이 성탄절인데, 아마도 그들은 성탄의 기쁨과는 상관없이 우울한 날을 보내야 할 것이기에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하지만 성탄절에 전했던 설교를 저는 믿습니다. 우리 호피 사람들도 믿고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이끄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비록 2000년 전의 그 큰 별은 아닐지언정 지금 저 밤하늘을 저처럼 하얗게 수놓고 있는 뭇별로 우리와 변함없이 함께 해주신다는 것을 믿는 까닭입니다. <뽀비 에누 선교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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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예수께서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것에 집중하려 합니다.

여러분, 누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제일 먼저 목격했는지 아십니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제일 먼저 목격하고 축하했던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마굿간에 있던 짐승들이었습니다. 그 짐승들이 그 놀랍고 경이로운 장면을 똑똑히 목격하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울음으로 축하했을 것입니다. 아기 예수의 첫 번째 축하객들은 바로 이 세상에서 미미한 가치를 지닌 짐승들이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합니다.

또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위해 준비된 향수는, 가장 더럽고 지저분해 곁에 가고 싶지도 않고 냄새 맡고 싶지 않은 짐승들의 배설물 냄새였습니다. 가장 귀한 분을 위해 준비된 향수가 가장 더럽고 천한 냄새였던 것을 우리는 또한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낮은 곳으로 오셨다는 말은 이처럼 ‘실제’(reality)입니다. 감상적으로 말하고 말 얘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실제였습니다. 예수께서 우리의 아픔을 이해하시고, 우리의 삶과 문제 속에 함께 해주신다는 말은 그래서 진리가 됩니다. 만일 예수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으되, 왕궁에서 태어나 왕자로서 호의호식하는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다면, 왜 그분이 우리의 주님이 되시는지 해석해내기 위해서 신학자들이 고생 좀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아픈 마음과 힘든 삶의 문제를 안고 나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무엇을 해야 할 지도 알지 못한 채로 여기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가지고 온 그 아프고 시린 마음을, 아기 예수께 드릴 예물로 드리십시오. “맘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라”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나온 사람만을 우리 주님은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2009년 12월 호피마을 성탄 설교 중에서>

   

 

** 호피마을 겨울 풍경을 몇 장 동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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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 바람 하늘 그리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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