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주 활 목사
지난번 한국에 갔다가 고향집을 하루 방문하고 부모님을 뵙고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간 집에서 저는 저를 만나기를 기다리셨던 부모님을 뵙고 하룻밤을 자며 그동안 밀렸던 많은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얘기래봐야 대부분 목사인 제게 들려주고 싶은 목회에 필요한 얘기들, 가족들에 대한 얘기들이었습니다.
늦은 밤이 되어 제가 잠자리에 들어갈 때 어머니는 여늬 때와 같이 철야하신다고 교회로 가시는 문소리를 듣고는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제 머리맡에는 새 양말 하나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아침에 일찍 산책나가시면서 제가 갈아 신으라고 놔두신 것이었죠. 그걸 갈아 신으려다가 문득 요즘 생활이 많이 어려우실 때 양말하나라도 더 갖고 계시는게 나으실 것 같다는 생각에 제가 전날 신고 온 양말 냄새 맡아보니까 아직 괜찮은 것같아 그양말을 책상아래 밀어두고 그냥 아침을 먹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아버님 말씀이 “주목사, 다시 만날 수 있으면 감사하겠지만 언제나 우리 헤어질 때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 그렇게 되면 우리 천국에서 만나세”하는 말씀에 맘이 울컥했습니다. 어머니 또한 가족들이 주목사에게 큰 후원이 되지못하고 자랑꺼리가 되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시며 눈물을 흘리실 때 이제까지 제가 받은 사랑도 너무 큰데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 해도 뭔가 더 해주고 싶어 하는 두 분의 맘을 느끼며 두 분을 뒤로 하고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걸어 왔습니다. 근데 버스를 타려는데 대합실로 아버님이 급하게 뛰어 오시는 겁니다. 손에 뭔가를 들고는 “주목사, 잠깐만!” 그리고 그분이 내미는 것은 제가 아침에 갈아 신지 않은 새양말이었습니다. “주목사 이거 갈아신고 가야지” 저는 “이거 때문에 여기까지 뛰어 오셨어요? 아버님 두었다가 신으세요” 그래도 아버님은 “아냐, 주목사 내가 줄 수 있는게 이것뿐인데 이거라도 신고 가” 저는 거절할 수 없는 아버님의 사랑에 대합실에서 양말을 갈아 신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버님은 제 헌 양말을 주머니에 넣으시고는 제가 떠날 때까지 대합실을 떠나지 않으시면서 손을 흔들고 계셨습니다. 제가 갈아신은 양말은 마치 아버님이 제 두발을 품에 넣고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하는 느낌으로 저를 감싸 안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내리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