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중순에 신학교 동기가 워싱톤에 왔습니다. 10년이 넘도록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왔는데도 연말이라 시간을 좀처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월요일이 아니면 2월 말이 지나야 볼 수 있을 것 같아 무리해서 얼굴을 보고 왔습니다. 현재 육군 군목(소령)으로 이라크 자이툰 부대까지 파병되었던 친구는 1년 해외 연장교육의 기회를 얻어 가족과 함께 워싱톤에 유학을 온 것입니다. 군인 정신이 투철해서인지 아니면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도착 당일에 미리 인터넷으로 구한 아파트에 들어갔고, 겁도 없이 그날 중고차도 구입했더군요. 군인이란 원래 명령에 의해 이사를 자주 해야하는 형편인지라 적응이 무척 빨라 보였습니다.

 

지나간 세월 동안의 이야기가 끝이 없었습니다. 무릎 대수술을 받고 임관한 이야기, 이라크에서 죽을 뻔 한 이야기 등등. 처음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군대라는 상황과 이민 목회라는 상황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살아온 세월과 장소는 달랐지만, 하나님은 동일하게 역사하셨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였던 것입니다. 

 

오는 길에 군목 10년의 이야기를 묶은“만선을 꿈꾸며”라는 소식지를 제게 주더군요. 집에 와서, 그 글을 읽으며 때로는 웃고, 울었던 친구의 목회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군목으로 장기 복무를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생각났습니다. 저 보고 군대 체질(?)이라고 선배들이 권유를 많이 했었습니다. 만일 군대에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일 군목으로 군대에 남았다면, 솔즈베리에서의 은혜는 제게 주어지지 않았겠지요.

 

어디인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든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죽도록 충성을 다하십시다. 하나님의 은혜는 동일하게 계속될 것입니다.